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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고금리와 채권 자경단의 귀환

현재 미국 금융시장의 화두는 단연코 “장기금리 급등”일 것이다. 최근 10년물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5%를 상회하는 등 장기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금리상승의 배경에는 연방정부의 막대한 부채규모와 재정적자 문제가 대표적인 원인으로 거론된다.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 돌아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채권 자경단이란 인플레이션이나 정부의 재정적자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특정 국가의 국채 수익률이 상승(채권가격 하락)할 가능성이 있을 때 공격적인 국채매도를 통해 수익률을 올리는 세력을 의미한다.   실제 2022~2023회계연도 기준으로 연방정부 부채는 33조6000억 달러며 재정적자는 1조700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GDP의 6.3% 수준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한 수치다. 팬데믹 당시인 2021년 2조7800억 달러 이후 가장 크고 그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적자규모다. 이같은 재정적자는 막대한 부채로 메워지고 있는데 부채에 대한 순이자만 6590억 달러에 이른다. 앞으로 10년간 예상되는 순이자 규모만 10조6000억 달러로 지난 20년간 이자 비용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지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세금을 걷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돈을 빌리는 것인데, 정부의 경우 개인과는 다르게 채권(국채)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한다. 그렇다면 왜 세금징수 대신 채권을 발행하는 것일까? 통상 경기가 악화되는 시기에는 세금을 올리기가 어렵고, 또한 세금은 국민의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정치인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채발행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정부가 채권을 발행한다는 것은 빚을 더 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득에 비해 부채가 많으면 위험해지는 것은 개인이나 정부가 다르지 않다.     또한 국가 부채는 한번 늘어나면 계속 늘어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지출을 늘리는 경우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빚이 많은 사람에게 높은 대출금리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원금과 함께 높은 이자도 상환해야 하는 이중고에 빠진다. 국채발행이 야기하는 또 다른 문제는 시중 유동성이 국채로 몰리면서 민간이 사용해야 하는 자금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처럼 국채발행으로 민간 자금시장 금리가 오르고 민간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라고 부른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지출을 늘려 경제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려는 것인데, 민간투자가 줄어들게 되면 그 효과가 상쇄될 수밖에 없다.   최근의 장기금리 상승은 금융시장과 미국경제에 큰 위협이 된다. 과거 저금리 시절에 자금을 조달했던 기업이 기존 부채를 차환할 때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되고, 이는 기업의 비용상승으로 이어져 투자를 감소시키고, 실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높은 국채금리는 각종 차입비용(모기지, 신용카드, 자동차구매 대출 등) 상승과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전반적인 경제의 활력을 둔화시킨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강한 실물경기뿐만 아니라 정부의 높은 재정지출로 인해 구조적으로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의 장기금리 상승을 둘러싼 경제적 불확실성 증가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구자천 / 뉴욕사무소 차장한국은행 칼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구차천 차장 고금리와 채권 자경단

2023-10-31

[한국은행 칼럼] 미네르바의 올빼미와 통화정책

매년 여름 끝자락에 전세계 금융·경제 종사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회의가 있다. 매년 8월말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준 주도하에 개최되어 전세계 중앙은행 수장들과 경제학자 등이 통화정책 등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잭슨홀 미팅이다.     올해 잭슨홀 미팅(8월 25일)의 전체 주제는 “Structural Shifts in the Global Economy”였으며 제롬 파월 의장은 “Inflation: Progress and the Path Ahead”라는 주제로 연설을 하였다. 연설 주요 내용을 복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팬데믹에 의한 왜곡요인 해소 및 긴축적인 통화정책 운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목표(2%)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추세 이상의 성장이 지속된다면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기 위해서는 타이트한 노동시장의 완화가 필요하다. 다만 정책 파급 시차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향후 상당한 추가적인 경기둔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향후 FOMC 회의에서는 입수되는 데이터, 전망 및 리스크 등을 평가하면서 정책을 신중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다.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던 시장은 파월 의장 연설이 데이터에 의존한 “신중한” 통화정책을 언급한 그동안의 발언 기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연설 후 경제지표도 시장의 안도감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8월 29일 발표된 미 노동부의 구인·이직(JOLTs) 보고서를 보면 7월 구인건수는 883만 건으로 예상치(950만 건)를 크게 하회하며 전월(917만건)보다 감소하였다. 8월 30일 발표된 미국 2분기 GDP 성장률(잠정치)은 당초 보고된 속보치(2.4%)보다 낮아진 2.1%로 수정되어 예상치(2.4%)를 하회하였다.   하지만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언제 멈출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원래 정책에는 파급 시차가 존재하나 이번에는 이례적인 고강도 긴축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노동시장과 경기는 여전히 견조하다. 팬데믹 때 왜곡된 수요와 공급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는지, 아니면 팬데믹을 겪으면서 경제 및 노동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찾아온 것인지 아직은 판단하기가 힘들다. 주장과 가설은 있으나 이를 계량모형 등 보다 엄밀한 방식으로 입증하려면 분석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조금 더 많은 데이터(시계열)가 필요할 것이다.     변증법으로 유명한 독일 철학자 헤겔은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이 되어야 날아오른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미네르바는 로마 신화에서 지혜의 여신이고 올빼미는 미네르바의 사자인데, 올빼미가 날아오른다는 것은 지혜나 철학적 성찰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명언은 올빼미가 번잡한 낮이 지나고 해가 지면 날개를 펴듯이 진정한 지혜나 성찰도 역사의 사건과 변화를 충분히 지켜본 후에 찾아온다는 메타포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도 해가 진 후 날아오르기까지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다. 연준이나 파월 의장도 이 불확실한 시절에 자신들이 내리는 결정에 확신을 가져다줄 데이터를 조금은 더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주하 / 뉴욕사무소 차장한국은행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박주하 차장 미네르바 올빼미 통화정책

2023-09-05

[한국은행 칼럼] 인공지능 시대와 우리의 자세

그간 인공지능(AI)은 우리 주변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범위를 넓혀 오고 있었다. 예컨대, 제조업에서는 AI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로봇이 자동차 조립부터 상자 포장까지 노동자가 수행했던 작업을 대신하고, 의료 부문에서는 AI가 복잡한 의료 이미지를 분석하고 질병 진행을 예측하고 심지어 수술을 보조하고 있으며, 금융업에서는 AI가 고속 거래, 사기 탐지, 고객응대 등에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대중에 공개된 chatGPT, DALL-E 등의 인공지능은 글쓰기, 추론에 근거한 대화, 그림 그리기 등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면서 그간 인간만의 고유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인문, 예술 부문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역량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경제활동 전반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노동시장에서는 AI의 발달과 보급으로 인해 다수의 노동자가 빠르게 AI에 의해 대체될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그간 진행된 로봇 보급에 의한 생산 자동화, 키오스크 확산 등이 기술 숙련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중숙련(middle-skilled) 또는 저숙련(low-skilled) 노동자의 일자리를 대체해 왔다면, 기술발달 속도를 감안할 때 최근 공개된 AI가 머지않아 고숙련(high-skilled) 노동자의 일자리마저 대체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과거를 돌이켜보면, 18~19세기의 산업혁명 시기에 수작업을 수행하던 다수의 노동자가 화석연료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기계로 대체되거나 기계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실직 또는 임금하락의 고통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기계파괴 운동(Luddite)까지 출현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바가 있다. 그러나, 이후 시간이 흘러 기계화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계제조 및 관련 신산업이 출현했다. 이에 따라 엔지니어, 기계조작자, 조립라인 작업자, 안전 검사관 등 많은 일자리가 새로 생겼으며 인류는 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변혁의 단계인 AI 혁명의 문턱에 서 있으며,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발전의 단계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과거의 산업혁명 초기 단계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일자리가 소멸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소멸된 일자리를 대체하여 새로운 일자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AI 시대의 도래를 비관하고만 있을 필요는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일자리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의 과정에서 이에 적응하기 위한 각자의 노력이 요구된다.     개인으로서 노동자의 경우에는 지식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최신화하기 위한 재교육 및 평생학습에 매진하는 한편, 아직까지도 고유한 인간의 영역인 창의성, 비판적 사고, 공감 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국가정책을 담당하는 정책입안자들은 앞으로 AI 혁명의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업, 빈곤, 양극화 등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한편 AI를 통해 경제성장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정책 마련에 노심초사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변화와 혁신은 항상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수반하고,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지금처럼 우리에게 절실한 때도 없을 것이다. 김태경 /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차장한국은행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김태경 차장 인공지능

20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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